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가정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취하는 조치 중 하나가 바로 각서를 받는 일입니다.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다짐, 만약 다시 바람을 피우면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이혼하겠다는 조항을 빽빽하게 적은 종이를 손에 쥐고서야 비로소 불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라앉히곤 합니다.
이혼과 가사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며, 상대방의 잘못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수많은 의뢰인들을 만나왔습니다. 상담을 오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소중하게 보관해 두었던 각서를 꺼내어 보여주십니다.
이 각서가 있어서 소송에서 무조건 유리한지, 각서에 적힌 대로 재산을 다 가져올 수 있는지 물어보실 때마다 변호사로서 법적 현실을 냉정하면서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려야 하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다시는 바람피우지 않겠다는 다짐의 효력
상대방이 자필로 서명하고 인감도장까지 찍은 각서라 할지라도 법적으로 모든 내용이 그대로 실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겠으며 이를 어길 시 즉시 이혼한다는 조건은 법적 효력이 제한적입니다
각서를 썼다고 해서 자동으로 이혼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며, 상대방이 이혼을 거부한다면 결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다만 이 각서는 상대방이 과거에 외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책임이 상대방에게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가사 소송의 핵심 전문 자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재산포기 조항이 무효가 되는 이유
가장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재산분할 포기 조항입니다.
각서에 만약 다시 외도를 하면 모든 재산을 배우자에게 넘기고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명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혼이 성립하기 전에 미리 작성한 재산분할 포기 약정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법원에서는 재산분할 청구권이란 이혼이 구체화되어 혼인 관계가 해소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래에 발생할 권리를 미리 포기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공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법원에 가면 상대방은 여전히 자신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주장하며 재산분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 산정과 감액 가능성
외도 각서에 구체적인 위자료 액수를 적어두는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다시 바람을 피우면 위자료로 1억 원을 지급하겠다는 조항은 법원에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완전히 무효가 되지는 않으며 위자료 청구 시 매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법원은 각서에 적힌 액수가 통상적인 가사 소송의 위자료 기준에 비해 과도하게 많다고 판단되면, 판사의 직권으로 그 금액을 감액할 수 있습니다.
각서에 기재된 금액 그대로 판결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소송 전략을 치밀하게 세워야 합니다.
효력 있는 외도 각서 작성법
법적 효력을 완벽하게 발휘하게 하려면 각서를 작성할 때 내용의 구체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단순히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모호한 표현보다는 언제, 누구와, 어떤 행위를 했는지 사실관계를 명확히 기록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억지로 작성된 것이 아님을 증명할 수 있도록 자필 작성과 서명날인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이혼 가사 소송은 단순히 법조문을 대입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의뢰인이 겪어온 혼인 생활의 궤적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 안에서 발생한 심경의 변화와 사실관계들을 법리적으로 꼼꼼하게 엮어내야 하는 치밀한 작업입니다.
감정에 휩쓸려 상대방을 비난하기보다 냉철하게 증거의 가치를 판단하고 법률적인 조력을 받아 대처하는 것이 스스로의 권리와 삶을 지키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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